AI는 긴 공시를 빠르게 요약하고 쟁점을 추려주지만, 금융 문헌 인용을 분석한 연구에서 상용 챗봇의 환각률이 20% 안팎, 일부는 70%를 넘을 만큼 사실 오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요약과 구조화, 용어 해설은 AI에 맡기되 매출·부채 같은 숫자와 투자 판단은 DART 원문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AI 답을 완성품이 아니라 초안으로 보고 수치와 핵심 문장을 원문과 대조하는 절차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공시는 길고 딱딱하다. 사업보고서 하나가 수백 쪽에 이르니, AI에게 "핵심만 정리해줘"라고 넣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는 공시를 빠르게 요약하고 쟁점을 추려주는 데는 쓸 만하다. 다만 매출이나 부채 같은 숫자, 그리고 "이 주식을 사도 되나"라는 판단은 맡길 대상이 아니다.
근거가 있다. 금융 문헌 인용 150건의 정확도를 따진 한 연구에서, 상용 챗봇의 환각률은 모델에 따라 20% 안팎으로 나타났고 일부 모델은 70%를 넘었다. 공시 요약을 직접 측정한 수치는 아니지만, 금융 텍스트에서 AI가 그럴듯한 오답을 꽤 자주 만든다는 신호로 읽기엔 충분하다. 환각이 위험한 건 틀린 내용이 맞는 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Alesia Kozik
무작정 "요약해줘"가 아니라 순서를 지키면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첫째, 원문을 먼저 확보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dart.fss.or.kr)에서 회사명을 검색하면 사업보고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투자 판단 재료는 대부분 'II. 사업의 내용'과 'III. 재무에 관한 사항'에 들어 있다. 이 원문을 AI에 직접 붙여넣는 것이 출발점이다. 검색으로 떠도는 요약을 긁어오게 하면 출처가 섞여 환각이 늘어난다.
둘째, 요약이 아니라 구조를 요청한다. "이 공시의 핵심 쟁점 세 가지, 전년 대비 바뀐 숫자, 위험 요인을 표로 정리하고, 원문에 없는 내용은 '없음'이라고 적어줘"처럼 지시한다. 범위를 좁히고 '모르면 모른다고 답하라'는 조건을 붙이는 것이 환각을 줄이는 가장 실용적인 장치다.
셋째, 반드시 원문과 대조한다. AI가 뽑은 숫자는 그 자체로 믿지 말고, DART 원문의 재무제표에서 같은 값을 눈으로 확인한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앞의 두 단계는 의미가 없다.
AI의 숫자 오류는 대개 비슷한 자리에서 난다. 단위를 백만 원과 억 원으로 섞거나, 연결재무제표와 별도재무제표를 혼동하거나, 기준 시점이 다른 분기 값을 비교하는 식이다.
그래서 검증 포인트도 정해져 있다. 수치마다 단위와 기준 시점을 원문에서 확인하고, '연결'인지 '별도'인지 꼬리표를 챙긴다. AI가 "매출이 늘었다"고 요약했다면, 얼마에서 얼마로 늘었는지 원문 숫자를 직접 들여다본다. AI 답변을 완성품이 아니라 점검이 필요한 초안으로 다루는 태도가 핵심이다.
일을 성격별로 나눠보면 경계가 분명해진다.
| 작업 | AI에 맡기기 | 반드시 직접 |
|---|---|---|
| 긴 공시 요약·용어 해설 | 적합 | 핵심 문장만 대조 |
| 쟁점·목차 구조화 | 적합 | - |
| 매출·부채 등 수치 | 초안만 | 원문 대조 필수 |
| 투자 매수·매도 판단 | 부적합 | 전적으로 본인 |
판단이 애매할 땐 기준이 하나 있다. 틀렸을 때 돈이 걸리는 항목일수록 사람이 원문을 본다. 숫자와 투자 결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할 위험 신호가 있다.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적힌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년 내 상장폐지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분석이 있다. 대표이사가 자주 바뀌는 경우도 주의 대상이다. 이런 신호는 요약문이 아니라 원문 감사의견에서 본인이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AI는 공시라는 긴 문서로 들어가는 입구를 넓혀준다. 다만 돈이 걸린 숫자 앞에서는, 마지막 확인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