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P카메라의 약 80%가 중국산으로 추정되고, 국산으로 위장한 제품까지 공공기관에 3만 대가량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으로 유출된 사생활 영상이 해외 사이트와 텔레그램에 돌면서, 제품 선택만큼 설치 후 설정이 피해를 가른다. 제조사·원산지, 외부 서버 연결, 기본 비밀번호, 펌웨어를 순서대로 점검하면 유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에 깔린 IP카메라의 약 80%는 중국산으로 추정된다. 2024년 10월 국회 자료에서는 국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CCTV 약 3만 대가 국가·공공기관에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고, 가장 많은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4,095대)였다. 2025년 10월에도 정부 지적에도 바뀐 게 없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문제는 기기 자체보다 유출이다. 한 해킹 사건에서 확인된 국내 유출 영상은 약 800개, 이 중 한국인 피해 영상이 약 500개로 파악됐다. 2024년 1월에는 텔레그램에 4,500개가 넘는 영상이 노출된 사례도 있었는데, 영상의 접속 IP를 특정할 수 없어 피해자에게 알리기조차 어려웠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피해 상당수는 최첨단 해킹이 아니라,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두거나 외부 접속을 열어둔 '설정 방치'에서 비롯됐다. 바꿔 말하면 지금 몇 가지만 점검해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아래 순서대로 확인해보자.

Jakub Zerdzicki
먼저 쓰고 있는 카메라의 제조사와 원산지를 확인한다. 상표만 국산이고 실제 제조는 중국인 '국산 둔갑' 제품이 많으므로, 모델명을 검색해 실제 제조사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다후아(Dahua) 같은 일부 중국 업체는 미국 FCC의 보안위험장비 목록에 올라 있고 미국·EU에서는 정부 조달이 금지돼 있다.
새로 살 계획이라면 보안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한다. 정부가 보안 인증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상당수 제품이 해외에서 설계·제조돼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라 결국 소비자 확인이 중요하다.
IP카메라는 영상을 외부 서버로 보내 스마트폰 앱에서 보는 구조가 많다. 이때 영상이 어느 나라 서버를 거치는지, 전송 구간이 암호화되는지가 핵심이다. 암호화되지 않은 영상 전송은 중간자 공격에 그대로 노출된다.
앱 설정에서 '클라우드 저장'이나 '원격 접속'이 켜져 있다면, 꼭 필요한 기능인지 따져본다. 집 안에서만 본다면 외부 원격 접속을 끄고 로컬 저장(기기 내 SD카드나 NVR)으로 돌리는 편이 안전하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전원을 끄거나 렌즈를 가리는 것도 확실한 방법이다.
가장 흔한 사고 원인이자 가장 쉬운 방어가 이 단계다. 정부가 2019년 2월부터 비밀번호 변경 기능을 의무화했지만, 기능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다음을 확인한다.
이름·생일·1234 같은 비밀번호는 자동 대입 공격에 수 초 만에 뚫린다. 영문·숫자·기호를 섞고, 몇 달에 한 번은 바꾸는 습관이 필요하다.
IP카메라는 PC나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가 직접 패치하지 않으면 이미 알려진 취약점이 그대로 방치된다. 제조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최신 펌웨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업데이트한다.
만약 이미 유출이 의심된다면, 먼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꾸고 외부 접속을 차단한 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상담센터(국번 없이 118)와 경찰에 신고한다. 정부도 통신사와 협력해 해킹된 것으로 추정되는 12만여 대의 이용자를 찾아 비밀번호 변경 등을 권고하고 있다. 점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밀번호와 펌웨어는 몇 달 주기로 다시 확인하는 게 현실적인 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