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평가업체 발스AI가 앤스로픽 클로드 페이블 5.1로 1653년 암호문을 44분 만에 풀었다고 발표했지만, 같은 날 원본에 그 암호가 없다는 반박이 나오며 진위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AI가 보여준 건 맥락을 연결해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시험하는 추론 능력으로, 문서 해독·정리의 1차 작업엔 쓸모가 크다. 다만 이 사건 자체가 원본 검증을 건너뛴 '그럴듯한 답'의 위험을 보여줘서, 확정 결과는 원문 대조 없이 믿기 어렵다.

AI 평가업체 발스AI가 앤스로픽의 신모델 '클로드 페이블 5.1'을 출시 전 시험하던 중, 1653년 스코틀랜드 작가 토머스 어쿼트가 남긴 암호문 '사이프럴 디스티치'의 해독법을 찾았다고 9월 2일 발표했다. 32개씩 두 줄, 64개 숫자로 된 이 암호는 1899년부터 여러 사람이 도전했지만 풀리지 않아 '미해독 암호문 50선'에 올라 있던 것이다.
AI는 약 44분간 토큰 17만6000개를 쓰며 여러 가설을 시험했다. 핵심은 단순 계산이 아니라 맥락 연결이었다. 암호 바로 앞에 있던 어쿼트의 '32개 청원 항목'과 한 줄의 숫자 개수가 32로 같다는 점을 포착하고, 각 숫자가 가리키는 단어의 첫 글자만 뽑는 인덱싱을 적용했다. 그렇게 나온 문장은 찰스 2세를 지켜달라는 왕당파의 기도였고, 어쿼트의 정치 성향과도 맞아떨어졌다.

SHVETS production
여기서 눈여겨볼 건 정답 여부보다 '방식'이다. 규칙이 주어지지 않은 자료에서 AI가 스스로 단서를 찾고, 가설을 세우고, 맞는지 시험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건 오래된 문서나 비정형 자료를 다루는 실무에 그대로 맞닿는다.
이런 1차 작업에서는 사람이 처음부터 훑는 것보다 빠르고, 놓치기 쉬운 연결을 짚어주기도 한다. 암호문에서 '32'라는 숫자 하나를 앞 문단의 항목 개수와 연결한 것처럼, 사람이 지나치기 쉬운 대응 관계를 후보로 던져주는 쪽이 특히 쓸모 있다.
정작 이 발표는 반나절 만에 반박을 맞았다. AI 커뮤니티의 한 분석가가 영국도서관이 소장한 1653년판 원본을 확인했더니, 발스AI가 설명한 두 줄짜리 숫자 암호가 원본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본에는 장식과 라틴어 문구 등이 있었다고 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바로 이 대목이 실무자가 챙겨야 할 지점이다. AI의 답은 논리도 그럴듯했고 인물의 성향과도 들어맞았다. 그런데도 '원본에 그 텍스트가 실제로 있느냐'라는 가장 기본적인 확인이 걸림돌이 됐다. AI는 입력이나 전제가 틀려도 그 위에서 매끄러운 결론을 만들어낸다. 결과가 그럴듯할수록 오히려 검증을 건너뛰기 쉽다는 함정이 있다.
그래서 지금 수준에서 선을 나눈다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정리하면 AI는 '먼저 훑고 가설을 던지는 조수'로는 이미 충분히 쓸모 있다. 다만 최종 판단의 근거로 삼는 순간, 원본이라는 바닥을 사람이 직접 짚어야 한다는 원칙은 이번 사건이 다시 확인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