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8월 12일 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임원들에게 직접 바이브 코딩을 배우게 하며 "경영진이 먼저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AI를 아는 것을 넘어 직접 도구를 만들어 쓰는 요구가 경영진에서 실무자로 내려오고 있다는 신호다. 실무자는 사내 AI 도구를 일상 업무에 붙이는 것부터 시작하되, 되돌릴 수 있는 일부터 적용하고 삭제·전송 권한이 걸린 작업은 사람이 확인하는 선을 지키는 게 안전하다.

2026년 8월 12일 서울 양재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AX(AI 전환) 성과 발표회' 질의응답에서, 정의선 회장은 AI 담당 진은숙 사장에게 "코딩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직접 코딩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진 사장이 처음엔 만류했지만 회장은 "경영진이 바이브 코딩을 해야 AI 기술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재차 말했다고 이데일리 등이 전했다.
교육을 받은 뒤 그는 "톱레벨 경영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리더들의 일하는 방식과 기술 수용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고 했다. 말로만 AI를 강조하지 말고 경영진이 직접 손을 대라는 주문이다.
이 요구에는 배경이 있다. 사내 생성형 AI 'H챗프로'는 이미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의 약 80%인 3만 명 이상이 쓰고 있고, 개발자가 아닌 현업 직원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쓰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과 자율주행 카트가 자재 운반과 결함 탐지를 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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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에게 코딩까지 요구한다는 건, 실무자에게 걸리는 기대치도 그만큼 올라간다는 뜻이다.
요구의 층위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챗봇에 질문해 답을 얻는 '사용'이 끝이었다면, 이제는 자기 업무의 반복 작업을 스스로 AI 에이전트로 만들어 처리하는 '구현'이 다음 단계로 제시된다. 현대차 사례를 다른 회사 실무자가 그대로 겪을 일은 아니지만, 경영진이 먼저 움직이는 조직일수록 이 압력이 아래로 빠르게 번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방향이 같다고 무작정 서두를 일은 아니다. 실제로 현대차에서는 비개발자 직원이 만든 AI 에이전트가 사내 문서 5,000개를 삭제해 복구에 2박 3일이 걸린 사고도 있었다. 도구를 쥐여주는 것과 안전하게 쓰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
거창한 계획보다, 오늘 업무에서 바로 붙일 수 있는 것부터 하는 편이 낫다.
첫째, 회사가 이미 준 도구부터 일상 업무에 붙인다. 사내 생성형 AI가 있다면 회의록 요약, 이메일 초안, 자료 정리처럼 매일 하는 일에 먼저 쓴다. 새 도구를 배우기 전에, 있는 도구를 손에 익히는 게 순서다.
둘째, '바이브 코딩'을 맛본다. 코드를 몰라도 자연어로 원하는 걸 설명해 간단한 자동화나 문서 처리 도구를 만들어 보는 방식이다. 완성도보다 'AI로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감을 잡는 게 목적이다. 정의선 회장이 임원에게 시킨 것도 결국 이 감각이다.
셋째, 반복 업무 하나를 골라 자동화한다. 매주 같은 형식으로 만드는 보고서, 정해진 규칙으로 분류하는 데이터처럼 패턴이 뚜렷한 일이 좋은 출발점이다.
어떤 업무에 먼저 AI를 붙일지는 두 가지로 가른다.
반대로 뒤로 미뤄야 할 일도 분명하다. 파일을 삭제하거나, 외부로 메일·데이터를 보내거나, 권한이 걸린 시스템을 건드리는 작업은 AI에 통째로 맡기지 않는다. 앞서 문서 5,000개가 지워진 사고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다. 이런 작업은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실행 버튼을 누르는 구조로 둔다.
정리하면, 반복적이고 되돌릴 수 있는 일부터 손에 익히고, 삭제·전송·권한이 걸린 일은 사람이 마지막을 확인한다. 경영진이 코딩을 배우는 흐름에 맞춰 실무자가 준비할 것은 거창한 자격증이 아니라, 오늘 업무에서 이 순서대로 하나를 바꿔 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