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한국수출입은행 황기연 행장과 테라파워 회장 빌 게이츠가 SMR 상용화와 해외진출을 위한 금융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SMR이 유력한 전력원으로 떠올랐지만, 테라파워의 첫 상업로 케머러 1호기조차 2030년 연료 장전, 2031년 상업운전이 목표다. SMR이 당장의 전력난을 푸는 카드인지, 2030년대를 위한 중장기 대안인지 시점을 구분해 읽어야 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황기연 행장은 8월 14일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을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금융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수은은 테라파워와 한국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 대출과 보증을 결합한 금융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MR이 대량 보급 단계에 들어가면 미국 수출입은행(US EXIM) 등 해외 금융기관과 공동 지원 구조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이번 논의가 원자로를 짓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업에 돈을 대는 방식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테라파워는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회사로, 나트륨(소듐)을 냉각재로 쓰는 '나트륨' 노형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실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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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이 AI 인프라와 맞물리는 지점은 전력 수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정을 인용한 보도를 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현재 415~460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일본 한 나라의 전력 소비와 맞먹는 규모다. 생성형 AI 학습과 추론이 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빅테크는 원전, 특히 SMR로 눈을 돌렸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2035년까지 최대 500MW 규모의 전력구매계약을 맺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재가동에 참여하고 있다. SMR이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날씨와 무관하게 24시간 전기를 내고,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며,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 배치하기 좋을 만큼 작다. 태양광·풍력만으로는 24시간 안정 공급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AI 사업자에게는 약점이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시점이다. 테라파워의 첫 상업 원자로인 케머러 1호기는 아직 짓는 중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2026년 3월 건설허가를 냈고, 테라파워는 4월 23일 원자력 부문 공사를 시작했다. 회사 계획대로라면 2027년에 첫 원자력 콘크리트를 붓고, 2030년 연료를 장전한 뒤 2031년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즉 오늘의 '금융협력 논의'와 '전력망에 실제 전기를 보내는 시점' 사이에는 최소 4~5년의 거리가 있다. 케머러 1호기 출력은 345MW이고, 용융염 저장장치를 결합하면 순간 출력을 500MW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데이터센터 한두 곳을 감당할 규모지만, 그것도 2030년대 이야기다.
당장 2026~2027년의 전력난에는 SMR이 답이 되지 못한다. 이 시기의 전력은 기존 계약전력, 재생에너지에 저장장치를 붙인 조합, 그리고 기존 원전·가스 발전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SMR은 그 이후를 위한 중장기 카드다.
뉴스를 읽을 때는 단계를 구분하면 혼선이 줄어든다.
같은 사업이라도 어느 단계의 소식인지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AI 서비스의 전력을 실무로 설계하는 입장이라면, 3년 안에 필요한 전력은 SMR 로드맵과 분리해 확보하고, SMR은 2030년 이후 증설 계획에 넣는 편이 현실적이다. '협력을 논의했다'는 문장과 '가동한다'는 문장은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