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8개사의 지난해 AI 투자는 4270억 달러로 2020년의 4배에 달했지만, 투자만큼 매출이 따라오느냐는 의문이 거품 논란의 핵심이다. 주가가 흔들린다고 내가 쓰는 서비스가 당장 멈추진 않지만, 수익성 압박은 요금 인상과 서비스 종료, 데이터 이전 난이도라는 형태로 사용자에게 번질 수 있다. 지금 점검할 것은 요금제와 데이터 내보내기 가능 여부, 그리고 핵심 업무마다 대체 도구를 정해뒀는지다.

AI 거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돈은 엄청나게 들어갔는데 매출이 그만큼 따라오느냐다. RBC 추정으로 주요 빅테크 8개사가 지난해 AI에 쓴 돈은 4270억 달러로 2020년의 네 배다. 반면 가트너는 2030년까지의 AI 매출을 최대 3조6000억 달러 수준으로 보며 투자 회수 부담을 경고했다.
반론도 있다. 대형 투자은행과 기술 기업들은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범용 기술이라며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고 본다. 거품이 실제로 꺼질지는 아직 아무도 단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구분해야 할 게 있다. 주가가 빠진다고 당장 내 계정이 멈추는 건 아니다. 진짜 위험은 간접적이다. 수익을 내라는 압박이 커지면 그 부담은 요금과 서비스 정책을 통해 사용자에게 흘러온다. 전망이 엇갈리는 지금, 할 수 있는 건 거품의 향방을 맞히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든 덜 휘둘리게 준비하는 것이다. 주가 뉴스가 아니라 내 구독의 조건을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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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요금 인상이다. 적자를 줄이려는 회사가 가장 먼저 손대는 건 가격이다. 무료로 쓰던 기능이 유료로 바뀌거나, 쓰던 요금제가 조용히 비싸지는 식이다.
둘째는 서비스 종료나 방향 전환이다. 회사의 핵심 사업이 아닌 부가 서비스일수록, 돈이 되지 않으면 접거나 다른 제품에 흡수된다. 인수합병 뒤 제품이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셋째는 데이터 이전의 어려움이다. 이게 가장 간과되는 위험이다. 업무 자동화 도구 회사 재피어가 미국 기업 임원 542명을 조사했더니, 89%는 한 달 안에 다른 벤더로 갈아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실제로 전환을 시도한 사람 중 58%는 실패했거나 예상보다 훨씬 큰 노력이 들었다고 답했다. 쉽게 떠날 수 있다는 믿음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꽤 컸던 셈이다.
막연한 불안 대신, 내가 쓰는 도구를 하나씩 이 순서로 확인해두면 좋다.
재피어 조사가 짚은 종속의 원인도 이와 닿는다. 도구가 업무에 깊이 통합되고, 데이터가 그 회사만의 생태계에 쌓일수록 발을 빼기 어려워진다.
점검의 목적은 결국 하나다. 한 도구에 전부를 걸지 않는 것.
핵심 업무마다 2순위 도구를 하나씩 정해두면 좋다. 문서 요약, 번역, 코드 보조처럼 매일 쓰는 작업일수록 대안이 있어야 한다. 대화 기록이나 작업 결과물은 주기적으로 표준 포맷으로 백업해두면, 서비스가 갑자기 정책을 바꿔도 손에 남는 게 생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전환을 한 번 실제로 해보는 것이다. 평소 쓰던 작업 하나를 대체 도구로 옮겨보면, '언제든 갈아탈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이 현실적인 계획으로 바뀐다. 거품이 꺼지든 아니든, 특정 서비스에 덜 휘둘리는 구조를 만들어 두는 일은 그 자체로 남는 장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