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쓰는 ERP·급여 시스템이 뚫려 주민번호와 급여·가족 정보가 유출됐다는 통지를 받으면, 먼저 무엇이 털렸는지 확인하고 금융거래 안심차단으로 명의도용 대출·계좌개설부터 막는 게 순서다. 신고(KISA 118)는 조사와 시정을 위한 절차이고 손해배상은 분쟁조정이나 민사소송이라는 별개의 길이어서 둘을 나눠 챙겨야 한다. 피해가 중대하면 주민등록번호 변경까지 신청할 수 있지만, 당장 가장 위험한 건 유출된 정보로 걸려 오는 사칭 전화다.

회사가 쓰는 ERP나 급여 시스템이 해킹당해 직원들의 주민번호와 급여, 가족 정보가 유출됐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하자. 당황하기 전에 통지 내용부터 읽는다. 유출된 항목이 이름·연락처 정도인지, 주민번호·계좌 같은 금융 핵심 정보인지, 가족 정보까지 포함됐는지에 따라 대응의 무게가 달라진다. 유출 경위와 시점도 함께 확인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기업은 유출 사실을 인지하면 정보주체에게 통지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통지가 부실하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 계정과 비밀번호까지 샜는지는 개보위·KISA의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로 확인할 수 있다.

Mikhail Nilov
가장 급한 건 명의도용으로 대출이 실행되거나 계좌가 열리는 일이다. 금융거래 안심차단 서비스에 가입하면 타인이 내 명의로 받는 대출, 비대면 계좌 개설, 신용대출 같은 여신 거래가 막힌다. 은행·저축은행·우체국 영업점이나 '내 계좌 한눈에', 은행 앱에서 신청할 수 있고 해제·재가입도 된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포털 '파인'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면 신규 계좌·카드 발급 단계에서 한 번 더 걸러진다. 내 명의 휴대폰이 멋대로 개통되는 것은 명의도용방지서비스(M-safer, msafer.or.kr)로 막는다. 가입사실현황조회로 내 이름으로 열린 회선을 확인하고 가입제한을 걸면 신규 개통이 차단된다. 이미 돈이 빠져나갔다면 지체 없이 112나 거래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급여 시스템에는 부양가족 정보가 함께 담긴 경우가 많다. 자녀는 금융·통신 거래가 드물어 명의가 도용돼도 뒤늦게 발견된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도 M-safer 가입사실조회와 가입제한을 걸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아래에서 설명할 주민등록번호 변경도 자녀는 부모가 대리로 신청한다.
주민번호는 한번 새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피해가 크면 번호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유출로 생명·신체에 위해가 있거나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있으면 주소지 시·군·구청에 변경을 신청한다.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하며, 신청은 정부24나 방문으로 한다.
다만 유출 확인서나 판결문처럼 피해 또는 그 우려를 보여 주는 자료가 필요하고, 막연한 걱정만으로는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번호가 바뀌어도 은행·보험·통신사에 등록된 번호와 신분증은 본인이 따로 고쳐야 한다.
신고와 배상은 창구부터 다르다. 개인정보 침해 신고는 KISA 신고센터(국번 없이 118, privacy.kisa.or.kr)에서 받는다. 조사 뒤 시정 명령이나 과태료 같은 행정 제재로 이어지지만, 신고만으로 내가 돈을 돌려받는 건 아니다. 금융회사의 신용정보 침해는 금융감독원(1332)으로 간다.
배상을 원하면 길은 둘이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은 무료이고 소송보다 빠르며,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피해자가 많으면 집단분쟁조정으로 묶어 처리한다. 소송으로 간다면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려워도 300만 원 이하의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실손해의 여러 배에 이르는 징벌적 배상도 가능하다. 사업자가 고의·과실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책임을 진다. 그 전에 기업에 개인정보 이용정지·삭제를 요청하고 피해 내용을 문서로 남겨 둔다.
유출 사고의 실제 피해는 상당수 사칭 전화에서 나온다. 범인은 유출된 이름과 주소, 때로는 소득이나 대출한도까지 꺼내며 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를 사칭한다. 익숙한 정보를 말한다고 정상 연락으로 믿어선 안 된다. 이체나 선입금, 원격제어 앱 설치를 요구하면 모두 사기다. 유출 여부나 보상 안내는 문자·전화 속 링크가 아니라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한다. 주민번호와 계좌 비밀번호, 신분증 사본은 추가 유출에 대비해 휴대폰에 저장하지 않는 편이 낫다.